도서 정보
소설 <삼체>는 중국의 류츠신이라는 작가의 SF장편 작품이다.
총 3부(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은 삼체 1부 : 삼체 문제, 삼체 2부 : 암흑의 숲, 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작품으로 SF문학상 중에 최고의 권위를 가졌다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2015년의 일이다.
나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번역한 책을 읽었다. (이현아 번역)
특별한 이유는 없이 국내 번역판 중에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라서 선택했다.
3부 중 1부만 읽었고 2부와 3부는 추후에 이어서 읽어볼 생각이다.
<삼체>를 알게 된 계기
이 책을 알게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글을 우연히 본 것이다.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원작을 읽은 사람들의 코멘트들이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댓글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스케일이 큰 소설은 드물다.' 라고 했다.
온라인서점 사이트의 소개글에도 비슷한 평들이 있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삼체>를 읽을 때에 작품의 스케일이 무척 커서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단다.
이렇게 커다란 스케일에 대한 평들에 궁금증이 생겨 책을 구입하여 읽기로 하였다.
그리고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넷플릭스를 보는 것보다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나는 소설책을 2시간 안에 완독하지는 못하니까.)
줄거리
<삼체 1부 : 삼체 문제> 의 주요 인물으로는 3-4인 정도.
나노연구자 왕먀오
공안경찰 스창
은퇴한 천체물리학자 예원제
소설의 배경에서 중국의 과학자들의 연달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망한 사람들은 과학자들 중에서도 기초과학을 연구하던 자들이었는데, 모두 '과학의 경계'라는 단체의 회원들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며 그 뒤에 숨겨진 엄청난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나노소재 연구자인 "왕먀오".
왕먀오는 사건을 파고들던 경찰 "스창"을 도와 실마리를 찾아가는 역할을 한다.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 접근하던 왕먀오는 자신의 눈 앞에 '카운트다운'이 나타나는 현상을 접하게 되고,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양둥"의 어머니인 "예원제"를 만나게된다.
"예원제"는 은퇴한 천체물리학자이다.
왕먀오에게 과거에 자신이 문화대혁명때 가족을 잃은 이야기와 '홍안기지'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준다.
왕먀오는 '과학의 경계' 단체를 조사하려다 알게된 게임(game) <삼체>를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 속 배경은 3개의 태양이 뜨고 지는 행성이다.
3개의 태양이 규칙을 알 수 없이 뜨고 지는 바람에, 그 행성의 생명체는 너무 뜨거울 때는 몸의 수분을 빼는 '탈수'를 한 상태에서 휴면기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살기에 적당한 시기가 되면 탈수된 몸에 물을 채워 다시 살아가게 되는 방식이다.
여러 문명을 거치면서 3개의 태양이 움직이는 규칙을 예측해보려 노력한다.
소감
1. 재미
일단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라, 술술 읽힌다.
나름 재미있게 1부 끝까지 읽었는데, 그래서 결론적으로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직'이다.
아마 처음 댓글에서 본 큰 스케일의 이야기는 2부, 3부에서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1부는 삼체 행성의 외계인과의 접촉에 대한 이야기까지로 마무리된다.
2. SF소설
SF소설으로 놓고 봤을 때 삼체 1부는 뭐랄까, 판타지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목차에서 첫 챕터가 "물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광속은 불변이고, 힘의 법칙, 열역학의 법칙 등의 물리학은
소설 초반에 왕먀오의 눈에 카운트다운이 보이는 장면에서 하마터면 책 읽기를 그만둘 뻔 했다.
이해가 가는 과학적인 이야기여야 재미있는데, 눈앞에 카운트다운이 보이고, 사진을찍었는데 그 사진에서도 카운트다운이 표시된다니.
책의 후반부에 그 원리가 나온다.
양자를 이용한 것인데, 아무래도 거시적세계의 뉴턴역학에 적응된 우리에겐 양자역학적으로 설명되는 현상은 이해가 안 가나보다.
책의 후반부에 삼체 행성의 외계인들이 고차원의 물질을 만들고 지구로 보내는 등의 설명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그 과정이 길게 설명되어 있어도 지루했겠지만..
마치 하늘을 나는 물체를 만든다고 예를 들면, 종이비행기 - 고무동력기 - 프로펠러 - 제트기 까지 순서대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몇 페이지 안에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있었다.
스타트렉도 따지고 보면 판타지같은 내용이 많은 것처럼
3. 삼체 게임
삼체를 검색하다가, 소설 속 삼체게임이 나오는 분량을 넘기고 봐도 되냐는 글을 보았다.
초반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배경과,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자주 삼체 게임 챕터가 나오고 분량도 꽤 많아진다.
그래서 그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데, 알고보면 그 게임 속 이야기는 사실 지구로 부터 4광년 정도 떨어진 삼체 행성의 이야기다.
삼체행성의 모습, 삼체인들의 현실을 지구인에게 알려주는 방법으로 삼체 게임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넘기지 않고 읽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있었다.
4. 외계 문명과의 접촉
소설 삼체 1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외계인과의 접촉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꾸민 것 같지는 않다.
외계의 문명과 소통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심지어 그 문명이 우리보다 높은 과학, 기술을 가진 데다가 4광년 거리의 가장 가까운 별 근처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외계인들의 행성은 불규칙한 항성 운동 때문에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면?
앞으로 약 400년 후면 외계인들이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떤 이는 지구의 인류가 타락했다고, 외계 문명이 지구에 와서 인류를 멸절시키길 바랄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더 발전한 문명인 외계 문명을 신처럼 모실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그 외계인들이 지구로 오는 약 400년의 시간 동안 그 문명의 기술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400년 후에 벌어질 전쟁을 위하여 인류의 발전 목표를 전쟁준비로 설정할 수도 있겠다.
삼체는 이런 물음을 던지는 작품인 것 같다.
소설 속 지구인들은 어떻게 반응할 지는 살짝 묘사되긴 했지만 아마도 2부와 3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것 같다.
5. 문화대혁명
중국 SF 소설은 처음 읽어본 것 같다. (켄 리우의 단편소설집은 읽었지만 중국계 미국인이니까?)
생각보다 잘 읽혔고, 생각보다 중화사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주인공 예원제는 어린 시절에 문화대혁명의 광기 속에 아버지가 숙청당하고,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는다.
중국에서는 표면에 드러내기 원치 않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묘사한 것이 놀라웠다.
6. 삼체 문제
삼체는 三體, 즉 Three Body이다.
질량을 가진 세 가지 물체 간에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그 결과로 어떤 궤도움직임을 보이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이 삼체문제는 아이작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3개의 물체의 만유인력 상호작용에 대해 최초로 언급하였다고 한다.
1887년에 앙리 푸앵카레가 "삼체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증명하였다고 한다.
소설 속 삼체행성의 태양처럼 말이다.
3개의 태양이 서로의 중력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궤도운동을 하게 되는데,
그 움직임을 예측하고 계산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끝
삼체 1부 : 삼체문제 는 거대한 이야기의 포문을 연 느낌이다.
2부와 3부는 책이 더 두껍다고 한다.
완벽한 결말이 나지 않아 아쉽지만, 우주적 스케일의 거대한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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